[기자, 헤밍웨이] 스포츠를 진심으로 사랑하시는 시장님
밤이 무서운 알파카
May 15,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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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ing Mayor At Boxing Bouts

처치 시장님은 모든 스포츠 경기의 열광적인 팬이다. 시장님은 복싱, 하키를 포함한 모든 남자들의 스포츠를 광적으로 좋아한다. 관중이면서 동시에 유권자인 이들이 모여 있는 스포츠 경기에 반드시 모습을 보인다. 구슬치기나 뜀틀 넘기, 땅따먹기를 지켜보는 관중이 선거 가능한 연령의 시민이었다면 시장님은 거기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것이 문제여서, 모든 현장에 나가길 원했던 시장님의 바람은 아쉽게 접어야만 했다.

MAYOR THOMAS LANGTON CHURCH (1873-1950)

며칠 전 시장님과 나는 매시 홀에서 열린 복싱 경기에 참관했다. 함께 갔다는 말이 아니고 시장님이 간 곳에 나도 있었다는 뜻이다.

시장님의 입장 행렬은 인상적이었다. 시장님은 한참 동안 일어서서 친분이 있는 사람들,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저게 누구랍니까?" 옆자리에 앉아있던 남자가 물었다.

"시장님이잖아요." 내가 답했다.

"거기 앞에! 좀 앉읍시다!" 남자가 외쳤다.

시장님은 첫 경기를 엄청 즐기는 듯 보였다. 라운드 내내 주변에 앉은 이들과 악수를 나눴다. 마지막 라운드 종료를 알리는 종이 쳤는데도 악수를 멈추지 않는 걸 보니 경기가 끝났다는 걸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했다.

경기 중간중간 시장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 관중을 둘러보곤 했다.

"저 사람 뭐하는 거지? 사람 수를 세보려는 건가?" 옆자리 남자가 내게 물었다.

"아니에요. 시장님은 스포츠를 사랑하는 우리 시민들에게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스포츠맨인지 알려주려는 거예요."

"거기 앞에! 좀 앉으라고!" 남자가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다음 두 경기가 이어지는 동안 시장님은 관중 속에서 안면이 있는 사람을 몇 명 더 찾아내서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군복을 입은 군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확실히 해두려는 듯 몇몇 사람과는 두세번씩 손을 맞잡았다.

다음 경기에 나선 스코티 리스너 선수가 상대 선수에게 흠씬 두드려 맞고 있었다. 시장님의 시선은 좀처럼 링을 향하지 않았지만 관중이 박수를 칠 때는 손바닥에 불이 나게 박수에 동참했다.

시장님이 자기 오른편에 앉은 사람에게 물었다.

"리스너가 참 잘하고 있네요. 그렇죠?"

상대는 참 딱하다는 눈빛으로 시장님을 바라봤다.

"리스너가 더 실력 있는 선수라는 걸 내가 진작 알아봤다니까요."

시장님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던지고는 악수를 나눌 상대를 찾기 위해 다시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경기가 끝나자 주심이 세 명의 부심과 상의한 뒤 리스너의 상대 선수 손을 들어 올려 승리를 알렸다. 시장님이 벌떡 일어섰다.

"리스너 선수가 이겨서 참 좋네요!" 시장님은 열광적인 목소리로 외쳤다.

"저 사람이 진짜 시장이라고요?" 내 옆자리 남자가 다시 물었다.

"맞아요, 스포츠를 사랑하는 시장님이라니까요." 내가 답했다.

"거기 앞에! 좀 앉으라니까!" 옆자리 남성이 거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시장님은 마지막 경기를 제일 재미있게 관람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기 자체를 지켜봤다는 뜻은 아니고, 여태껏 악수하지 못한 사람을 여럿 발견했다는 뜻이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관중석에서는 여러 차례 야유와 환호가 터져 나왔는데, 시장님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타이밍에 종종 아무 생각 없이 야유 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럴 때는 아주 잽싸게 내던 소리를 바꾸곤 했다. 야유에서 환호성으로 소리를 바꾸는 기술이 어찌나 능숙한지 마치 자동차의 기어를 바꾸는 것 같았다.

모든 경기가 끝나자 시장님은 딴 데 정신이 팔린 듯 "미팅은 여기까지!"라고 외친 후 자동차가 있는 쪽으로 달려나갔다. 아마 시 의회 미팅에 왔다고 착각했던 것 같다.

시장님은 복싱만큼 하키도 좋아한다. 만약에 벼룩 싸움이나 스웨덴식 카드 게임, 호주 부메랑 경기가 유권자들 사이에 인기를 얻는다면 매 경기 링사이드에서 시장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시장님은 이렇게 모든 스포츠를 사랑하신다.

Toronto Star Weekly, 1920.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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