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볼륨 좀 낮춰줄 수 있을까요?" 친절한 부탁 뒤 울린 총성
목소리가 고운 메추라기
Jul 23,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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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다시 읽고 싶은 긴-이야기 코끼리, 코끼리의 번역노트>에 연재된 글입니다. 링크🐘

📻"볼륨 좀 낮춰줄 수 있을까요?" 친절한 부탁 뒤 울린 총성

17세 소년 조던 데이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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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레오 타입’(stereotype)이라는 말 들어 보셨지요. 특정 대상에 대해 자세히 알기도 전에 갖는 고정관념, 편견, 선입견을 뜻하는 영어 단어입니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스테레오 타입이 있지요. 성별, 출신, 직업, 인종, 국적, 외모 등등 실제 그 사람을 알기도 전에 짐작하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오해로 그치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상대를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돕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체로 이런 스테레오 타입은 나와 타인을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존재로 남겨두곤 합니다. 그리고 때론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결과를 낳기도 하지요. 오늘 전해드릴 것은 미국에서 벌어진 이 스테레오 타입에 대한 비극적 이야기입니다.

법정에서 울먹이며 발언하는 마이클 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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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3일, 45세 백인 남성 마이클 던은 플로리다주 잭슨빌 인근에서 열린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그는 몇 해 전 만난 연인 론다 루어와 약혼하고 플로리다주 브레버드 카운티에 살고 있었죠. 이들은 결혼식장을 일찍 벗어납니다. 전날 머문 호텔에 생후 6개월 된 반려견을 두고 와 먹이를 챙겨줘야 했기 때문입니다. 호텔로 돌아가던 중 약혼녀 루어는 ‘와인 한 병 사 가자'며 이날 오후 7시30분쯤, 한 주유소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던이 잠시 차를 댄 곳 바로 옆에는 빨간 닷지 SUV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열린 창문으로 매우 시끄러운 음악이 울리고 있었죠. 던은 루어에게 “저런 깡패 음악은 질색이야”하고 말합니다. 루어는 이 말을 듣고 던을 가볍게 위로하며 차에서 내려 편의점으로 향했습니다. 던은 차에 남아 약혼녀를 기다렸죠.

“미안하지만 볼륨 좀 낮춰줄 수 있을까요?”

던은 공손하고 친절하게 차에 탄 이들에게 볼륨을 낮춰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차에는 (당시 나이는 몰랐지만) 17세 흑인 청소년 셋이 타고 있었습니다. 편의점에 들어간 친구 토미 스톤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던의 요청을 듣고 앞좌석에 앉은 테빈 톰슨이 볼륨을 줄입니다. 그런데 뒷좌석에 있던 조던 데이비스가 다시 볼륨을 올리라고 합니다. 차에선 다시 시끄러운 음악이 울립니다.

던은 이때부터 데이비스와 말다툼을 주고받습니다. 담배를 사러간 스톤스가 다시 돌아옵니다. 그때 던의 눈에 뒷좌석에 앉은 데이비스가 샷건(엽총)으로 보이는 어떤 물건을 집어들고 “이 새끼 죽여버려"라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려는 것을 봅니다. 던은 조수석 글로브 박스에서 권총을 꺼내 두 손으로 잡고 창문 밖으로 쏩니다. 몇 발을 쏘자, 차는 뒤로 후진해서 빠져나갑니다. 던은 추가로 몇 발 더 쏩니다. 총성이 울린 건 불과 몇 초 사이였습니다.

총성을 듣고 온 루어가 무슨 일이 벌어졌냐고 묻습니다. “어서 차에 타.” 던은 루어에게 이렇게 말하고 차를 몰아 호텔로 돌아갑니다.

던은 다음 날 아침 호텔에서 뉴스에 보도된 흑인 소년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됩니다. 던과 루어는 집으로 돌아갔고 그곳에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자, 어떤가요. 던의 진술을 토대로 재구성한 당시의 상황입니다. 던은 흑인 불량 청소년들에 위협을 받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한 행동이라며,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하죠.

그의 진술은 그럴듯해 보입니다. 흑인 남성, 3~4명이 불량스럽게 차 안에 앉아 있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이들이 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크게 이상해보이지 않습니다. 옆 차에 시비를 거는 겁 없는 청소년들이 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무섭지 않나요? 하지만 던의 진술은 몇 가지 큰 허점이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을 더 보시려면 링크로 이동해 주세요!🐘

코끼리의 번역노트는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사건 사고의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곳곳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 헤매는 여러분과 다양한 영감을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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