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모범생이었던 딸의 위험한 거짓말
목소리가 고운 메추라기
Jul 18,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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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다시 읽고 싶은 긴-이야기 코끼리, 코끼리의 번역노트>에 연재된 글입니다. 링크🐘

🙅‍♀️모범생이었던 딸의 위험한 거짓말

모범생이었던 평범한 여학생 제니퍼 판. 작은 거짓말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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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좋은 줄 알면서 다들 하고 사는 것들이 거짓말입니다. 사람들은 매일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고 살지요. 선의의 거짓말, 나쁜 거짓말, 가벼운 거짓말, 심각한 거짓말 등 경중을 놓고 비교해 보면 정말 많은 종류의 거짓말이 있습니다. 진실을 말하고만 살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일까요.

오늘 코끼리의 번역 노트에서 소개할 것은 정말 심각하고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 거짓말 이야기입니다. 그런 거짓말도 처음부터 무겁고 위험한 것은 아니었죠. 가벼운 거짓말도 어느 순간 눈덩어리처럼 커져 해결할 수 없는 지경이 됩니다. 비극으로 마무리된 거짓말 이야기를 살펴볼까요.

제니퍼 판의 아버지 한 판과 어머니 비크 판. 두 사람은 베트남계 이민자로 캐나다에서 만나 결혼했고, 근면성실함으로 안정적인 삶을 꾸렸다. 자녀에겐 엄격하고 억압적인 부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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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살고 있는 제니퍼 판은 베트남계 이민 2세로 전형적인 모범생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피아노와 피겨스케이팅을 배우면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도 않았죠. 난민으로 캐나다로 이민 와 정착해 부부가 된 그녀의 부모가 열심히 지원해 준 덕분입니다. 무일푼이었지만 부모들은 낭비없이 한푼 두푼을 아끼고 아껴 집과 차를 사고 큰 딸인 제니퍼(1986년생)와 아들 펠릭스(1989년생)를 키웠죠.

제니퍼의 부모는 다른 아시안 이민자 부모와 비슷하게 자녀 교육에 열성적이었다고 합니다. 자녀 교육에 헌신적인 부모를 일컫는 ‘타이거 맘’ ‘타이거 대디’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죠. 제니퍼는 4살 때부터 피아노와 피겨스케이팅을 배웠습니다.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꿈도 꿨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릎 부상으로 포기했습니다.

제니퍼가 캐나다에서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세컨더리스쿨(Secondary School)에 진학해서도 부모의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들지 않은 듯합니다. 등하교 시간에 항상 그녀를 차로 데려다줬고, 남자친구를 사귀거나, 친구의 집에서 잠을 자거나, 고교 댄스파티 같은 곳은 절대로 참석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제니퍼는 스물두 살이 될 때까지 술에 취해본 적도 없었고, 클럽이나 친구의 시골집은 물론 가족과 함께하지 않은 휴가는 가본 적도 없었습니다. 어쩌면 사춘기 여학생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억압을 받으며 지냈던 것입니다.

제니퍼는 저학년 때 높은 성적을 받았던 것과 달리, 학년이 높아질수록 성적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높은 성적을 받은 건 제니퍼가 정말 좋아했던 음악 과목뿐이었습니다. 부모로부터의 과도한 기대와 압박이 그 원인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때부터 제니퍼의 거짓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물론 그전에도 부모에게 크고 작은 거짓말을 했겠지만, 앞으로 나올 거짓말은 그런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제니퍼는 우선 성적표를 조작합니다. 성적표를 가위와 풀 같은 것으로 정교하게 조작해 ‘올A’를 받은 것으로 바꾸죠. 실제 성적은 대부분 B였다고 합니다. 한국의 고3에 해당하는 12학년 때 미적분 수업에서 낙제합니다. 조기 합격증을 받았던 대학 입학도 취소됐죠.

제니퍼는 대학 입학이 어려워졌다는 사실도 숨깁니다. 대신 대학을 다니는 것처럼 거짓말합니다. 대신 피아노 과외를 하고, 식당에서 일해 돈을 벌어 장학금을 받았다고 거짓말합니다. 대학에 2년을 다니다가 캐나다 최고 명문대인 토론토 대학의 약리학 과정을 듣겠다는 계획이었죠. 그녀는 실제로 그렇게 일을 꾸며냅니다. 헌책방에서 약리학 교과서를 사고, 교육 영상을 찾아봐 공부를 실제 하는 것처럼 노트를 꾸며내죠. 다 부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제니퍼가 이렇게 열심히 거짓말을 한 것은 엄격한 부모에게 진실을 말할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싫어서였던 것도 있습니다. 제니퍼는 11학년 때 만난 다니엘 웡이라는 중국계 필리핀 혼혈 남자친구와 사귀었습니다. 대학에 입학했다고 거짓말한 뒤에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죠. 진실이 밝혀지면 더 이상 만남이 어려워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제니퍼는 이후에 대학 근처 친구의 집에서 지내겠다고 하죠. 통학 시간이 오래 걸릴까 걱정했던 제니퍼의 부모는 허락하게 됩니다.

어떻게 이 모든 일이 들통나지 않을 수 있었는지 신기하기도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제니퍼는 자신의 거짓말을 털어놓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거짓말은 대부분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2년 과정의 대학 수업을 진행한다고 했던 제니퍼는 졸업식 날 부모에게 ‘좌석이 부족해 부모 참석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졸업생에게 한 명의 손님만 데려올 수 있는데, 부모 둘을 데려 갈 수 없어 친구를 불렀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학교에 다닌 적이 없기 때문에 생각해낸 거짓말이었죠.

하지만 워낙 말이 되지 않죠. 부모는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제니퍼는 졸업 이후 혈액 분석 업체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됐다며 야간 근무를 해야 해 금요일부터 주말 동안은 친구 집에 머물겠다고 합니다. 제니퍼 아버지는 너무 이상했습니다. 딸은 자원봉사를 한다는 업체의 유니폼도 없었고, 출입 카드도 갖고 있지 않았죠. 다음 날 딸이 근무한다는 곳 인근 병원에 내려다 줬습니다. 차에서 내린 제니퍼는 병원 안으로 뛰어가죠. 그녀의 아버지는 아내에게 딸을 감시하라고 합니다. 감시를 눈치챈 제니퍼는 숨어서 기다립니다. 아버지는 친구에게 전화를 겁니다. 친구는 어쩔 수 없이 진실을 말하죠. 그리고 진실이 드러납니다.

성인이 된 제니퍼 판. 이 사진은 모든 거짓말이 들통난 뒤 벌어진 비극 이후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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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다음 날 집에 돌아온 딸을 추궁하자, 제니퍼는 그제야 자원봉사도, 약리학 과정 이수도 거짓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머문 건 친구의 집이 아닌 애인 대니얼의 집이었다는 것도요. 하지만 제니퍼는 그녀가 대학 입학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것과,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스물네 살이 된 제니퍼는 성인이 된 이후의 모든 삶이 거짓이었던 것입니다. 제니퍼의 부모는 (아직 모든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도 모르고) 큰 충격을 받죠. 바로 딸에게 남자친구와 헤어지거나, 영원히 집에서 떠나라고 합니다. 제니퍼는 남자친구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부모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

제니퍼는 비밀스럽게 남자친구를 만나긴 했지만, 관계는 계속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남자친구 다니엘은 다른 여성과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제니퍼는 다시 거짓말을 합니다. 경찰로 위장한 남성들에게 집단으로 성폭행당했으며, 우편으로 총알이 배달된 적이 있다고 다니엘에게 이야기합니다. 모두 다니엘의 새 여자친구의 짓이라고 꾸며댄 것입니다.

거짓말은 습관처럼 계속되었던 것입니다. 미국의 선교사 조지 보드먼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행위를 심어 습관을 거두고, 습관을 심어 품성을 거두고, 품성을 심어 운명을 거둔다.” 거짓을 심었던 제니퍼는 결국 거짓된 품성을 가진 사람이 된 것만 같습니다. 어떤 운명을 거두게 될까요.

강도가 침입해 제니퍼 판의 어머니를 죽이고 아버지에 중상을 입힌 사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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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8일 오후 10시쯤, 온타리오주 유니온빌에 있는 제니퍼의 집에 세 남자가 들어오면서 비극이 벌어집니다. <토론토 라이프>의 기사를 보면 당시 상황이 자세히 나옵니다. 이 기사를 쓴 카렌 호는 제니퍼와 함께 중고등학교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그가 취재해 재구성한 당시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날 저녁 제니퍼는 자기 방에서 미국 드라마 ‘가십걸' 등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오후 8시 30분쯤 침실로 향하기 전 베트남어 뉴스를 읽으며 거실에 있었다. 어머니는 친구들과 라인 댄스를 배우기 위해 밖에 있었다.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던 남동생 펠릭스도 집에 없었다. 오후 9시 30분쯤, 어머니가 집에 돌아와 파자마로 옷을 갈아입고 거실에서 TV를 봤다. 제니퍼에게 데이비드란 남자가 전화를 걸었다. 다니엘의 친구인 크로퍼드의 지인이었다. 둘은 2분 정도 통화했다. 제니퍼는 1층으로 내려가 부모에게 인사했다. 제니퍼가 나중에 인정했지만, 이때 제니퍼는 출입문 잠금장치를 열었다. 오후 10시 2분, 2층 공부방의 조명이 켜졌다가 1분 뒤 꺼졌다. (침입자들에게 보내는 신호로 추정됐다.) 데이비드는 다시 제니퍼에게 전화했고 3분 30초 정도 통화했다. 잠시 후, 3명의 침입자가 출입문을 열고 들어왔다. 모두 총을 들고 있었다. 한 사람은 제니퍼의 어머니에게 총을 겨누고, 다른 사람들은 계단으로 올라가 아버지에게 총을 휘두르며 1층으로 내려가 거실로 가라고 지시했다.

한 침입자가 제니퍼의 2층 방 밖에 서있었다. 제니퍼에 따르면, 이 침입자는 제니퍼의 팔을 신발 끈으로 묶고, 뒤에서 그녀에게 지시해 2500달러를 받아냈고, 다시 부모의 방으로 가 1100달러를 가져갔다. 그리고 다시 부엌을 뒤져 지갑을 찾았다.

‘저 사람들이 어떻게 집에 들어온 거야?’ 제니퍼의 어머니가 남편에게 광둥어로 말했다. ‘나도 몰라 자고 있었다고.’ 남편이 말했다. ‘닥쳐. 말하지 마!’ 침입자 중 하나가 경고했다. ‘돈 어딨어?’ 제니퍼의 아버지는 지갑에 60달러밖에 없다고 했다. ‘거짓말하면 죽어!’ 침입자가 머리에 총을 겨누며 말했다. 제니퍼의 어머니가 울며 자기 딸은 다치게 하지 말라고 빌었다. “딸은 안심해. 착하게 있으니 다치지 않을 거야.” 침입자 중 하나가 말했다.”

상황이 이해되시나요? 딸이 열어둔 문으로 무장 강도 3명이 들어와 돈을 빼앗아 가고 있습니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제니퍼는 침입자들이 자신을 난간에 묶어두고 부모를 지하실로 끌고 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3발, 아버지에게 2발을 쏩니다. 어머니는 죽고 아버지는 중상을 입습니다.

제니퍼는 (손이 묶여 있었지만) 어렵게 휴대폰을 꺼내 911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당시 그녀의 신고 전화는 인터넷에 공개됐습니다. “강도가 들었는데 부모를 끌고 갔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며 집 주소를 외치죠. 멀리서 ‘살려줘!’ 하고 비명을 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도 담겼습니다. 제니퍼는 공포에 질린 듯 “빨리 와달라"고 하죠.

제니퍼의 아버지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치료받습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른 제니퍼와 그녀의 동생은 경찰에 필요한 조사를 받습니다. 경찰은 사건 현장을 살펴보면서 수사를 계속하죠.

그런데 경찰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위에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여러분도 이상한 점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우선 출입문에는 집 밖에 주차된 고급 승용차의 열쇠가 걸려있었는데, 차는 훔쳐 가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강도들은 잠긴 문을 따고 들어온 게 아니라 열린 문을 그냥 열고 들어옵니다. ...이어지는 내용을 더 보시려면 링크로 이동해 주세요!🐘

코끼리의 번역노트는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사건 사고의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곳곳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 헤매는 여러분과 다양한 영감을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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